“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
언론으로 포장된 ‘고인 물’의 낡고 썩은 물건들
중국속담에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흔히 우리가 인용하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며, 이 말은 ‘물도 인간도 사회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고립된 웅덩이의 물이 인간이나 그 인간이 가진 재능, 또 사회를 구성하는 시스템을 지칭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의미다.
그 시스템에는 언론이라는 범위도 포함되는데, 고립된 웅덩이에 담긴 ‘고인 물’ 또한 그 시스템의 일부이다.
어떤 웅덩이에 오랫동안 고여 있던 ‘고인 물’이 있었다.
너무나 오랜 시간 고여 있었기 때문인지 그 ‘고인 물’ 안에는 온갖 쓰레기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 ‘고인 물’이 담긴 웅덩이에는 고인 물에 푹 절여진 낡고 깨진 맷돌이나 금이 간 절구통도 함께 있다.
그래도 ‘고인 물’은 그 낡고 깨진 맷돌과 금이 간 절구통을 소중하게 여기며 나름 외부에 과시용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가끔 그 절구통과 맷돌을 보여주며 나는 ‘고인 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 ‘고인 물’의 감각, 어떤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어떤 감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인간이건 시스템이건 적절한 유동(流動)이 없다면 그 능력이 정체되고 도태되는 법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 ‘고인 물’은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것 같다.
좁아터진 시각으로 현실에 안주하며, 우물 안 개구리라는 단어조차 모르며, 자신이 설정한 기준이, 구태의연한 자신만의 경험과 삶이, 정의라는 아집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싶다.
‘고인 물’은 아마도 새로운 물이 유입되는 것도 싫어할 것 같다.
새로운 물이 가진 신선한 산소(변화)와 그로 인해 변화되는 일렁이는 웅덩이의 잔물결이 싫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자신이 가진 아주 쪼잔한 기득권이 잔물결로 말미암아 흔들리는 것이 마땅찮을 것 같다.
낡고 깨진 맷돌을 이용하여 그 기득권을 만족시켜주는 누군가에게 과시하고, 또 그 만족을 주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그 새로운 물의 부당성을 어필하기도 하며 나름 뿌듯한 콧김을 내쉬기도 할 것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이다.
‘고인 물’의 진리는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삶의 주위에서 꿈틀거리며 약동하는 모든 것에도 같이 적용되고 있고, 새로운 물이 유입되거나 강제로라도 유입시켜 변화를 꾀하고 있고 적응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고인 물’은 그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혹스러울 것 같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문명의 이기(利器)가 건드리는 영역침범, 그것들이 평생 뿌듯하게 생각했던 ‘고인 물’보다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고인 물’이 세운 편협한 기준, 즉 자신의 기득권과 연관이 있는 대상, 심기를 거슬려선 안 되는 곳을 건드린 것이 ‘고인 물’의 우월감에 상처를 줬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고인 물’이 좋아하는 ‘잘난 척’을 행사함에 그것들은 짜증스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고립된 웅덩이에서 노는 ‘고인 물’에게 개혁이나 변화, 충격이란 단어는 무척 낯선 단어인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고여 있었기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보다는 자신의 기득권을 만족하게 해주는 존재와의 ‘타협’, 아니 ‘타협’으로 포장된 은근한 갈굼이 더 친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고민을 하는 그것들의 존재로 인해, 이제 ‘고인 물’은 서서히 증발되고 그 존재가치가 사라질 것 같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주는 신속하고 참신한 변화,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 등 눈이 돌아갈 정도의 시대변화를 ‘고인 물’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흐름을 좇아 밖으로 나가기에는 ‘고인 물’의 낡고 깨진 맷돌과 금이 간 절구통이 무겁고, 쌓인 침전물들이 끈적하게 발목을 잡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도 모르게 스며드는 물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빗물에 의존하는 ‘고인 물’에게도 신선한 산소가 가득 담긴 새로운 물길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대문인터넷뉴스(sukwon-oh@hanmail.net)